안녕하세요.
일산차병원 차쌤입니다.
오늘부터 매주 수요일, 5주간 일산차병원 부인종양센터 나영정 교수의 글을 연재하려 합니다.
부인종양/부인암 영역 로봇수술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나영정 교수가
그동안 로봇수술을 집도해오며 들었던 생각들을 글로 정리하여 전달해 드립니다.
로봇수술 집도의 나영정 교수의 수술실 밖 이야기
<'로봇수술로 해주세요'라는 말을 들을 때 저는 잠깐 멈춥니다>
부인종양 로봇수술 전문의 DR. 나영정 | EP.1
이 글은 로봇수술을 집도하는 의사가 직접 전하는 이야기입니다. 수술 방법을 설명하기보다, 외래에서 환자와 나눈 대화와 수술을 결정하기 전의 고민, 그리고 ‘어떤 선택이 환자에게 가장 나은가’를 판단하는 기준에 대해 기록했습니다. 로봇수술은 분명 좋은 수술 방법이지만, 언제나 정답은 아닙니다. 이 시리즈는 로봇수술을 많이 해온 의사가 오히려 더 신중해지는 이유, 그리고 수술의 결과뿐 아니라 그 이후의 삶까지 함께 고민하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부인종양 수술을 앞두고 고민 중인 분들 또는 로봇수술이라는 선택지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알고 싶은 분들께 이 이야기가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로봇수술로 해주세요'라는 말에 저는 잠깐 멈춥니다
외래에서 “교수님, 로봇수술로 해주세요”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저는 잠깐 멈춥니다.
그 말이 틀렸기 때문은 아닙니다.
오히려 요즘 환자분들께서 의료 정보를 얼마나 많이 알고 계신지를 보여주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 한마디 뒤에는 아직 충분히 설명되지 않은 질문이 하나 남아 있습니다.
이 환자에게 정말 그 수술이 가장 좋은 선택일까.
로봇수술은 분명 정교하고 회복이 빠른 좋은 수술 방법입니다.
하지만 모든 환자에게 모든 상황에서 정답이 될 수는 없습니다.
수술을 오래 해올수록 저는 오히려 더 자주 고민하게 됩니다.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판단이고 수술의 완성도는 장비가 아니라 그 선택의 과정에서 결정된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이 글은 로봇수술을 설명하기 위한 글이 아닙니다.
로봇수술을 집도하는 의사로서 수술을 결정하기 전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기준으로 선택하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 기준의 끝에는 언제나 하나의 질문이 남습니다.
“이 선택이 환자의 삶을 더 편안하게 만들어줄 수 있을까.”
나영정 교수가 말하는 수술의 시작
외래에서 가장 자주 듣는 말 중 하나가 “교수님, 로봇수술로 해주세요”입니다.
예전에는 수술 방법을 설명하면 환자분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면 요즘은 아예 답을 정해두고 오시는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로봇수술이 흉터가 적고 회복이 빠르다는 이야기가 많이 알려졌기 때문이겠지요. 그럴 때마다 저는 마음속으로 잠깐 멈춥니다.
‘이 환자에게 정말 로봇수술이 최선일까?’ 하고요.
수술은 유행이 아니라 선택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부인종양 수술은 특히 그렇습니다. 자궁, 난소, 주변 장기들이 촘촘하게 얽혀 있고 종양의 크기나 위치, 환자의 나이와 향후 계획에 따라 수술 전략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로봇수술은 작은 절개로 정교하게 수술할 수 있는 훌륭한 도구지만 모든 상황에 무조건 적용할 수 있는 만능은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로봇수술을 ‘최고의 수술’이라고 말하기보다는 ‘잘 쓰면 정말 좋은 수술’이라고 설명합니다. 결국 중요한 건 장비가 아니라 그 장비를 언제 어떻게 쓰느냐를 판단하는 사람의 몫이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로봇수술을 많이, 그리고 꾸준히 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3D 고화질 화면으로 종양과 주변 조직을 입체적으로 보며, 손 떨림 없이 미세한 조작이 가능하다는 점은 부인종양 수술에서 큰 강점입니다. 출혈을 줄이고, 불필요한 조직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건 환자의 회복 속도와 직결됩니다. 실제로 개복수술에 비해 통증이 적고 입원 기간이 짧아 일상으로 돌아가는 속도가 빠른 경우를 자주 봅니다.
저는 환자분들께 항상 이렇게 말합니다.
“로봇수술이 목적이 되면 안 됩니다."
"회복이 빠르고 안전하고 앞으로의 삶에 부담을 덜 주는 게 목적이어야 합니다.”
일산차병원 부인종양센터에서 로봇수술을 많이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수술을 잘하는 병원이 되고 싶기보다 환자에게 ‘잘 맞는 수술’을 하는 병원이 되고 싶기 때문입니다.